조종 당하는 손해
누군가 나의 마음을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뇌의언어를 사용할 때, 뇌의언어를 모른다면 나는 무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 맥락에서 이전 글에서는 뇌의언어를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다루었습니다.
이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뇌의 언어를 모르면 보는 손해는 이것뿐인 걸까요?
그러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뇌의언어를 모르면 보게 되는 손해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뇌의언어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언어라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마음 조종’을 하기 위해 쓴다면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 뿐이죠. 뇌의언어로 할 수 있는 것은 훨씬 더 많습니다.
뇌 최적화가 안되어서 입는 손해
그중의 하나로, 이번 글에서는 뇌의언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뇌향상’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뇌의언어를 사용하면 뇌의 계산속도에 최적화가 일어나고, 따라서 빠르면서도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일반 사람들은 머리를 싸매고 며칠간 깊이 고민해야 겨우 결론지을 수 있는 문제를 몇초만에 바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며 그 결정의 질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그런 정도야 뭐 그냥 오래 고민하면 그만 아닌가? 그런 중대한 고민을 자주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할때 똑똑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도 되잖아.’
하는 생각이 드실수도 있는데요.
이 뇌향상의 이점은 빠른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진짜 빛을 발합니다.
예시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때는 늦은 새벽, 달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이고 당신은 괴한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흉기를 들고 뛰어오는 괴한에게 죽음의 위협을 느끼면서 안간힘을 다해 달립니다.
마침내 아파트 현관에 들어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연타합니다. 괴한이 뛰어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한걸음 차이로 괴한보다 먼저 엘베이터를 탑니다. 문이 닫히고 괴한이 문을 쾅쾅 두드려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불행하게도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2개씩 운영되고 있습니다. 괴한은 옆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 따라올 겁니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옆 승강기의 층수를 보니 곧입니다. 괴한이 수십초 내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빨리 열쇠를 찾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합니다. 최근 월세로 들어간 집은 문이 도어락 형태가 아닌 열쇠를 넣어 여는 구식 문입니다. 복도에 있는 동작감지 센서 등도 고장난지 오래입니다. 평소에는 일찍 들어오고 핸드폰 불빛도 있으니 별로 불편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치명적입니다.
가방 속에는 평소에 정리를 제때 하지않아서 잡동사니가 너무 많이 들어 있습니다. 핸드폰 케이스, 휴지, 영수증, 물티슈, 손소독제, 책, 핸드폰충전케이블, 보조배터리, 우산, 핸드크림, 이어폰 등등..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 작은 열쇠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어폰 케이블과 충전케이블이 서로 꼬이고, 중간에 있는 잡동사니들까지 같이 꼬여서 잡동사니 덩어리가 되어있습니다. 열쇠가 여기 어딘가에 박혀있을텐데, 가방에 넣은 손의 촉감만으로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뒤죽박죽이어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햇빛에 의존해서 밝은 곳에서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금은 깜깜하고, 어둡고, 긴박하다는 점이 다릅니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1초 1초가 너무 급한데 가방속에 손을 아무리 넣고 더듬어봐도 열쇠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새하얘집니다.
그렇게 미친듯 더듬거리다가 물건들에 긁혀 손에는 상처가 납니다. 마침내 핸드폰에 손전등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엘리베이터는 바로 코앞까지 올라왔습니다. 조금 있으면 괴한이 내려서 나에게 달려올 것 같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당신은 핸드폰을 열고 손전등 기능을 찾습니다. 그러나 핸드폰 앱과 바로가기 아이콘들도 제대로 정리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 얼른 보이지가 않습니다. 바탕화면을 열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겨우 손전등을 찾아 켭니다.
드디어 가방속을 들여다보고,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겨우 알아내서 문을 열려고 하지만 옆구리에 차갑고 길쭉한 것이 파고들어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해설
– 정리하지 않을수록 찾는 속도가 느려진다.
여기서 괴한를 만난 일은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익숙하지 않은 변수 상황에 대한 비유입니다. ‘이런 경우엔 이렇게 행동하세요’하며 훈련받은 적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평소에 가방속 물건들을 잘 정리해뒀으면, 그래서 물건마다 정해둔 자리가 있었다면 금방 열쇠를 찾을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가 하루동안 하는 생각의 수는 최소 6천개에서 최대 6만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와중에 흘러가는대로 사는 것은 위 이야기에서 가방속 잡동사니가 점점 쌓여가고 있는데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과 대응됩니다.
평화롭고 위기가 없는 평소에는 약간의 불편함만 느낄 뿐입니다. 이때는 뇌의 최적화가 되어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하루, 이틀이 쌓이면서 보이지 않는 차이는 점점 벌어집니다.
그리고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을 때 또는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이 차이로 인해 인생의 레벨이 크게 벌어지게 됩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뇌의언어를 모를 때 입을 수 있는 두 종류의 손해에 대해 알게되셨을 텐데요.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나의 마음을 조종하려는 시도에 방어력이 생긴다.
2.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며, 기회가 왔을 때 크게 점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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